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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달생존기

(김수달 생존기) 9화 내일인가 네일인가

by 보통의 작가 2021. 8. 12.

김수달은 슈퍼 집돌이자 초근을 싫어하기 때문에 6시가 되면 반드시 퇴근하려고 한다. 한땐 한번 볼 거 두번 보고 두번 고칠거 세번 고치며 일한적도 있다. 일이 버거워 야근한적도 많았지만 대부분은 일 잘한다는 평판 한번 얻어볼 참 이었나보다. 5년이 지나서야 그것보다 더 중요한게 있음을 알게된 김수달의 요즘은 일과 삶을 완전히 분리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그림한번 그려본적 없는 김수달이 웹툰이란걸 도전하게 된것도 그 중 하나다.

굳이 회사에 남아 잔업을 할 바에 담날 좀 더 집중적으로 일하는걸 선택하는 사람. 집에가면 대부분은 빈둥거리지만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강의도 가끔 듣는다. 워라밸을 지키는 만큼 주어진 일에 대해선 1인분은 족히 한다고 자부한다.

이 에피소드는 누가 인정해 주지 않아도 열심히 하던 그때 있었던 때 있었던 일이다. 할일을 마치고 퇴근한 김수달은 회사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아버리고 만다. 당시 김수달은 부서 전체의 인터뷰, 말씀 자료를 총괄하여 정리하는 업무를 했었다. 대부분의 검토요청은 일주일, 적어도 2~3일 전에 들어온다.

내일 개최될 행사에 말씀자료를 검토요청없이 비서실에 제출했다가(아마도 검토가 필요없다고 판단했나 보다) 비서실에서 김수달 검토를 거쳐서 가져오라 했다는 거다. 김수달 업무긴 하지만 참으로 맥 풀리는 부탁이었다.

착한 김수달, 아니 착해야 한다는 강박을 지녔던 김수달은 큰 소리 하나 없이 다시 회사로 나간다. 사실 집에서 자료를 받아 검토할수도 있었겠지만 집 컴퓨터를 업무용으로 쓰고 싶지 않았기에...

다시 도착한 사무실에 앉아 컴터를 켜면 자동으로 사내 메신저가 접속된다. 전화를 한 담당자 분이 메신저로 톡을 했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본인은 퇴근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로그아웃 하셨다..

김수달은 참 기분이 더러웠다. 과거 이 업무를 담당했던 분들은 검토가 끝날때까지 관련부서 담당자들도 퇴근 못했다 한다. 수정, 추가, 확인해야 될 사항들이 많아 담당자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수달은 그리 하지 않았다. 스스로가 찾아보며 꾸역꾸역 일하는 스타일이었다. 그게 멋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으면서도

무사히 검토를 마쳐다. 자질구레한 내용을 줄이고, 표현을 좀 더 매끄럽게 바꾸고, 첨부된 참고자료를 보면서 내용을 보완했다. 종이한장 바꼈다고 뭐가 바뀔까 뭐가 그리 대단하기에 그토록 다시 사무실에 출근해 수정할만큼 중요한 일이었는가를 5년여 지나 다시금 떠올려 보는 김수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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