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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달생존기

(김수달 생존기) 8화 새로운 행사기획

by 보통의 작가 2021. 8. 9.

기획은 지금까지 없던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다. 김수달은 지금까지 해온 대로의 방식을 벗어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고 안나면 된거'란 인식으로 행사를 준비한다. 김수달은 그저 그런 행사준비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도 보다 의미 있는 시간을 선사하고 싶기 때문이다. 어르신들 앉혀놓고 지역 인사들이 줄줄이 나와 인사말, 환영사, 축전 읊는 행사를 한번 보고 고개를 떨군 김수달이다.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그런데 막상 새로운 뭔가를 해보려 하면 쉽지 않다. 어설퍼 보여도 행사나 업무마다 다 히스토리가 있다. 불합리해 보이는 부분이라 호기롭게 개선 하려고 내용을 파보면 이런저런 이유들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사연들이 많다. 그러니까 후임자 입장에서는 에너지를 쏟아가며 새로운 행사를 만들었을때 얻을 수 있을 추가적인 성과보다 전임자들이 만들어 온 최적화된 프로세스를 따랐을때의 안정성이 주는 효용이 더 큰 것이다. 김수달은 몸서리치게 싫었다. 10년 전 누군가가 만들어놓았을 방식을 재현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기가 싫었다.

그 당시 잉여의 시간을 유튜브와 카드뉴스로 보냈기에, '옥상'을 주제로 하는 행사가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을 봐았던 김수달은 자신이 준비하는 행사를 옥상에서 치뤄보기로 했다. 좋은 기획이지만 실제로 그것을 실현해 내는데는 많은 노고가 따랐다.

일단 야외라는 점에서 날씨에 대한 변수가 가장 컸다. 5월이었으니까 야외행사를 해도 그럭저럭인 시기였지만 바람이 너무 불거나, 혹시나 비가 오거나, 햇빛이 너무 내리쬐지 않을까란 걱정을 행사가 끝날때까지 했다. 게다가 무대를 옥상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되는데 회사 시설부서에서 업체에게 엘리베이터를 쓰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화가 잔뜩난 업체분이 수달에게 와서 하소연과 화를 내는데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었다. 가까스로 외곽 엘리베이터 하나를 쓰게 됐지만 찜찜한 기분은 그날 전체를 감쌌다. 적극행정이라는 용어가 왜 나오게 됐는지를 알게됐달까...

다행히 행사는 무사히 끝났다. 회사 건물의 뒷편엔 나지막한 산이 있어 정말 보기 좋았다. 영상을 찍어도 사진을 찍어도 이쁘게 나오는 화창한 날씨에 덥지도 않고, 간간히 구름이 지나가 서늘함마저 느껴지는 오후였다. 행사가 잘 마무리 되고 업체분들이 무대를 해체해 옮기는 와중에 수달은 함께 준비한 직원분과 벤치에 앉아 아무말 없이 산들바람을 맞았다.

그날의 기억은 수달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선 새로운 계획과 실행이 반드시 뒷받침 되어야 하고, 그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걸 말이다. 스스로가 확신이 없으면 제대로 끌고 나가기 힘든 여정이란걸 말이다. 여전히 김수달은 많은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고 있다. 그 뒤로 야외행사는 하지 않지만 말이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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