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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달생존기

(김수달 생존기) 7화 : 보고또보고

by 보통의 작가 2021. 8. 6.

하나의 보고가 완료되기 까지 실로 많은 (현타)과정을 거친다. 사업을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다. 먼저 김수달이 작성한 초안을 과장님께 보고한다. 찌푸려진 과장님 미간을 뒤로하고... 크게 두 유형으로 피드백을 주시는데, 맥락에 대한 수정 또는 구체적인 표현의 수정이 그것이다. 보통은 맥락수정 -> 표현 수정의 형태로 피드백이 이뤄진다고 보면된다.

먼저 맥락에 대한 수정이다. 대개 담당자 시선과 관리자 시선이 다르기 때문에 나오는 피드백이다. 담당자는 사업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는게 특징이다. 왜냐하면 해당 사업을 가장 잘 알고 있어 일부러 의식하지 않으면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 형태는 단락이 추가된다거나 문장이 필요이상으로 길어지는 경우 등 다양하다.

관리자는 이러한 맥락을 덜어내는 피드백을 자주 준다. 경진대회 개최안내를 위한 보도자료를 예로 들어 보겠다. 경진대회에서 가장 중요한건 무엇을 주제로 어떤 일정으로 진행되냐다. 그런데 담당자는 해당 경진대회를 어떤 계기로 준비했고, 지금까지 성과는 어떠했고, 어떤 기관들이 협찬하고 있는지 등 공급자 입장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함께 담는다. 보도자료는 지나치게 분량이 늘어나고, 자세해야 할 부분과 간단히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의 구분없이 죄다 구체적으로 적시하게 되면서 읽는 사람이 피로감을 느끼게 만든다. 홍보해야 할 핵심은 상대적으로 희석대는 부작용도 많이 나타난다. 결국 수요자의 관점에서 필요한 정보를 부각시켜야 되는데 그냥 내가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망라적 글이 되는 것이다.

물론 김수달은 수차례 단련되어 여기까지는 잘 대응한다. 기특한 일이다. 이제 맥락에 대한 피드백이 끝나면 표현(워딩)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 보도자료에서 지양해야 될 것 중 하나가 바로 주관적인 표현이다. 보도자료 헤드라인에 "000 도입으로 주민 만족도 크게 향상" 같은 표현은 쓰지 않는게 좋다. 이건 실제 신문의 헤드라인을 생각해서 보도자료에도 비슷한 어감으로 쓰는 경우가 있는데 지양하는게 좋다. 보도자료를 참고하여 언론사가 해당 헤드라인을 뽑는건 몰라도 공공기관에서 나가는 보도자료에 주관적인 판단을 강조해선 안되는 것이다. "000 도입으로 주민만족도 전년대비 70% 증가"로 고쳐쓰는게 좋다. 최대한 건조하게 팩트를 전달하는게 필요하다.

이런식으로 보도자료에는 팩트와 평가가 섞인 워딩들이 등장할 수 있는데, 잘 살펴보고 논란이 될 소지가 있는 경우 수정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담당자 보다는 관리자가 더 잘 볼 수 있다. 왜냐면 언론대응을 과장님이 하셔야 되다보니 더 신경쓰게 되는게 아닐까 ^_^;

맥락과 워딩에 대한 지지부진한 수정이 오간다음엔 국장-실장급으로 보고가 이뤄진다. 국장급 이상의 보고에서는 자잘한 워딩이나 맥락을 피드백 주시진 않는다(거의) 담당자-과장 선에서 어느정도 다듬어졌다고 믿어주시기 때문이다.

실국장급 보고에서는 이제 정무적인 판단이 들어간다. 이 시점에 이런 보도자료를 내도 되는건지 부터, 해당 워딩이(법적, 실무적으로 아무런 문제 없는 워딩) 나갔을때 파장을 고려하신다. 실제 어떤 사업의 결과로 일자리 창출이 된 사업이 있었는데 그 수치가 생각보다 컸다. 부정할 수 없는 진실임에도 당시 청년일자리 부족이 크게 이슈되는 상황이어서 국장님은 장고를 하셨다. 시대적 상황과 보도자료의 갭이 너무 클 경우에 올 파급효과 때문이었다. 그 외에도 시기 등에 대해서도 피드백을 주시는 경우도 있었고, 이건 좀 더 크게 강조해도 된다는 식의 격려도 해주신다.

오늘 김수달 너무 진지 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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