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인 보고서가 보고 받는 사람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작성됐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가 된다. "이게 뭐지?"라는 상사의 표정이 제일 싫은 김수달이다. 그렇다고 원하는 방향을 지시 받고 시작하자니 수준 미달의 초안을 들고가기는 더 싫다. 김수달은 자존심이 센 터라 다듬어지지 않은 보고서를 보고하기 싫었기 때문에... 끙끙대며 작성한 보고서가 "응? 이건 내가 의도한 방향이 아닌데"라는 피드백으로 돌아올때 마다 무너지는 자존감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김수달은 고민이 많다.
보고서는 잘 쓰고픈데... 엉성한 초안으로 방향부터 잡자니 자존심이 허락치 않고, 신경 써서 가자니 처음부터 다시 써야 되는 일이 생기고 하니 회사생활의 딜레마다. 어느날 과장님은 수달을 불러 이렇게 얘기 했다 "수달아 워딩(=표현, 문구 등을 의미) 너무 신경쓰지 말고 일단 쓰고싶은 말을 마음대로 쓴 다음에 들고와 봐, 너무 고민하지 말고 가져와봐"
수달은 생각했다.
먼저, '쓰고 싶은 말? 쓰고 싶은 말 없는데요!'... 입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그리고 자존심이 상했다. 지금까지의 일들이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공들여 쓴거 어차피 방향도 잘 안맞고 내(상사)가 수정해야 되니까 대충 일단 내용만 넣어서 오라는 느낌이 들어서였을까
삐뚤어지기로 했다. 어 그래? 내가 신경써서 쓴게 맘에 안.들.었.나.보.군요. 의식 흐름대로 한번 써 제껴 볼까? 감당할 수 있겠나? 수달은 일필휘지로 작성했다. 의욕도 없었다. '신경써서 쓴게 니맘에 안든다 이거지' 심정으로 되는대로 쓴 초안을 들고 상사에게 갔다.
보고서를 들여다 본 과장님은 정지화면처럼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수달아... 이거 쓰다만 거 아니야?" 라고 말씀하셨다. "아닌데요" 과장님은 "아 이건 좀.." 맛좀 보셨나요 과장님. 김수달은 당당한 뒷모습으로 야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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