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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달생존기

(김수달 생존기) 6화 : 보고서 딜레마

by 보통의 작가 2021. 7. 31.

공들인 보고서가 보고 받는 사람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작성됐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가 된다. "이게 뭐지?"라는 상사의 표정이 제일 싫은 김수달이다. 그렇다고 원하는 방향을 지시 받고 시작하자니 수준 미달의 초안을 들고가기는 더 싫다. 김수달은 자존심이 센 터라 다듬어지지 않은 보고서를 보고하기 싫었기 때문에... 끙끙대며 작성한 보고서가 "응? 이건 내가 의도한 방향이 아닌데"라는 피드백으로 돌아올때 마다 무너지는 자존감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김수달은 고민이 많다.

보고서는 잘 쓰고픈데... 엉성한 초안으로 방향부터 잡자니 자존심이 허락치 않고, 신경 써서 가자니 처음부터 다시 써야 되는 일이 생기고 하니 회사생활의 딜레마다. 어느날 과장님은 수달을 불러 이렇게 얘기 했다 "수달아 워딩(=표현, 문구 등을 의미) 너무 신경쓰지 말고 일단 쓰고싶은 말을 마음대로 쓴 다음에 들고와 봐, 너무 고민하지 말고 가져와봐"

수달은 생각했다.
먼저, '쓰고 싶은 말? 쓰고 싶은 말 없는데요!'... 입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그리고 자존심이 상했다. 지금까지의 일들이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공들여 쓴거 어차피 방향도 잘 안맞고 내(상사)가 수정해야 되니까 대충 일단 내용만 넣어서 오라는 느낌이 들어서였을까

삐뚤어지기로 했다. 어 그래? 내가 신경써서 쓴게 맘에 안.들.었.나.보.군요. 의식 흐름대로 한번 써 제껴 볼까? 감당할 수 있겠나? 수달은 일필휘지로 작성했다. 의욕도 없었다. '신경써서 쓴게 니맘에 안든다 이거지' 심정으로 되는대로 쓴 초안을 들고 상사에게 갔다.

보고서를 들여다 본 과장님은 정지화면처럼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수달아... 이거 쓰다만 거 아니야?" 라고 말씀하셨다. "아닌데요" 과장님은 "아 이건 좀.." 맛좀 보셨나요 과장님. 김수달은 당당한 뒷모습으로 야근을 시작했다.

https://www.instagram.com/sudarl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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