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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달생존기

(김수달 생존기) 4화

by 보통의 작가 2021. 7. 25.
김수달 생존기 4화

김수달은 오랜 기간 수험생으로 지냈다. 참으로 많은 시험장을 가봤다. 조금이라도 긴장감 해소에 도움이 될까 전날 시험장도 괜히 가보고(물론 통제되어 있어서 학교밖에만 서성거릴 뿐이다) 아침 일찍 시험장에 도착해 조금이라도 편하게 책걸상을 이리저리 바꿔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진심으로 짠한 모습이다. 멘탈이 흔들릴때마다 그때 기억을 한다. "이깟 회의가 뭐가 대수라고, 내가 수험의 바닥을 쳐본 사람이야"라고 되내이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꼬장함이다.

몇번째 시험인지도 모를 어느 해 시험장에서 흐믓한 미소를 머금으며 신문보듯 그날의 시험지를 훑고 있던 젊은 시험감독관을 잊지 못한다. 승리자. 내가 해냈고, 나는 여기서 너희들을 감독하고 있지, 올해 시험을 한번 훑어봐줄까, 시험이 어렵든 말든 상관없지 난 합격생이니까를 모두 담고 있었던 것 같은 그 눈빛과 웃음을 잊지 못한다. 매력적이어서가 아니라 너무 부러웠기 때문이다. 츄리닝 차림의 장수생인 김수달의 가슴팍에 내리꽂힌 00번째 서글픔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뒤 그 서글픔은 비할수가 없을 서글픔을 몇번이고 겪고서야 김수달은 합격을 하게 된다. 합격의 기쁨보다는 안도감이 먼저 였던 김수달은 괜스레 시험감독관 파견차출을 설레임으로 기다렸던 것도 같다. 드디어 그에게 온 첫번째 시험감독관 차출, 사실 묘한 설레임속에서 잠을 쉬이 이루지 못했다. 승리를 만끽할 수 있을것 만 같았던 기분은 시험장에서 180도 뒤바뀌게 되었다.

김수달의 수험은 너무나도 길었던 탓일까. 이미 합격을 했음에도 시험장이 주는 그 특유의 긴장감은 김수달을 압도시켰다. 길었던 수험생활의 긴장감이 온전히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트라우마가 되버린 시험 시간 직전까지 화장실을 가는 버릇까지 똑같이 나왔다. 나는 이제 시험감독관이 됐는데도 말이다. 시험시간이 다가올수록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예민했던 김수달은 그가 시험을 보던 책상앞뒤 수험생이 다리만 떨어도 온통 신경이 그쪽으로 향해 시험을 망치기 일수 였으며, 시험감독관이 왔다갔다 거리는 것조차 신경이 쓰야 시험에 영향을 마쳤다. 감독관이 되서도 그 감정은 그대로 이어졌고, 나는 또다른 김수달같은 예민한 친구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미동도 하지 않고, 시험시간을 보냈다. 발 한자국 제대로 떼지 못하고 감독관 업무를 수행했던 그날이후로 이제 시험감독관을 가고 싶지 않게 됐다.

너무나 어렵게 통과한 탓에 통과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김수달이다. 조금은 그 때를 벗겨내고 편안하게 지내고 싶은 김수달이다. 언제나 감사하고, 겸손하게 일을 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하는 김수달이다.

김수달 생존기는 인스타에 계속 업로드 된다, https://www.instagram.com/sudarlkim/
ps. 제도가 바뀌어서 이제 시험감독관이 시험지를 훑어보아도 안되고, 발자국 소리를 크게 내서도 안되며, 한곳을 집중적으로 응시해도 안되고, 같은 자리를 계속 왔다갔다해도 안된다. 김수달 같은 예민한 수험생들의 서글픈 바램들이 가이드라인이 된 게 아닐까 싶다. 모든 수험생들을 응원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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