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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볼만한 글

(서평) 긍정적 이탈(알에이치코리아)

by 보통의 작가 2021. 3. 18.

 

 

1. 제1장 세계의 난제, 그 불가능을 넘어

먼저 긍정적 이탈에 대해 정리하자면, 긍정적 이탈이란 기존 조직·체계의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거나 새로운 혁신의 가능성을 가져오는 아웃라이어를 의미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서문에 소개된 ‘긍정적 이탈’이름이 붙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세이브더칠드런 캠페인에 참여했던 저자는 베트남 빈촌의 영양실조 문제를 개선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가난하면서도 영양상태가 좋은 아이들을 보게 된다. 소위 조직 내 만연한 문제상태를 벗어난 긍정적 이탈 현상을 보면서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탐구하게 된다. 이 아이의 엄마들은 지역의 관습을 덮어놓고 따르지 않았다. 아이가 설사를 해도 굶기지 않고 밥을 먹이는가 하면 다른 집에서는 하루에 두번 많은 양의 밥을 퍼줄때 조금씩 자주 주는 등의 행위를 통해 이탈적 행위를 한 것이다.

 

긍정적 이탈은 관찰할 수 있는 예외이다. 긍정적 이탈 과정은 실패하는 다수보다 성공적인 예외에 주목한다는 데서 일반적인 문제해결 방식과 차별점이 있다. 긍정적 이탈은 공동체에서 최소한 누군가 한명은 똑같이 주어진 자원을 활용해 다른 사람들이 당황해하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통계적으로 이런 사람들을 아웃라이어러라 하는데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남들과 다른 특이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들의 독특한 해결방식이 발굴되어 공감대를 얻으면 그 공동체 전반에 받아들여지면서 많은 사람의 삶이 변화한다. 즉, 개개인의 차별성이 곧 공동체의 자원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긍정적 이탈이 빈번하거나 쉬운 것은 아니다.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거두는 성공은 외견상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문제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수 있지만, 말 그대로 일반적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상황임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낸테크의 영업사원 두 명이 보인 20배 넘는 졸레어 영업실적을 둘러싸고 이뤄진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졸레어 주 고객은 천식환자를 다루는 전문의나 소아과 의사들이다. 졸레어를 투여하려면 별도의 방과 긴 소파, 주사를 놓을 간호사가 필요하다. 지낸테크는 기존의 자사 치료제 판매와 동일한 방식으로 표준화된 정보를 교환하는 식으로 홍보한 결과 제품 수용이 더뎠다. 문제의 핵심은 졸레어를 구매하는 수요자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바꾸는데 있었음을 간과한 것이다. 두 명의 영업자는 이를 간파했고, 현장 컨설턴트로서 자신들의 역할을 재정의 하면서 획기적인 영업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식이 조직 전체로 퍼져나가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긍정적 이탈의 의미가 감소하는 것이 아님을 제 1장은 예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2. 제2장 베트남 아이들의 영양실조: 위험에서 해결의 가능성까지

제2장은 제1장에서도 소개했던 베트남 영양실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긍정적 이탈을 체계적으로 관찰하고 시스템에 정착시킨 사례가 구체적으로 설명된다. 핵심은 당췌 답이 없을 것 같아 보이는 문제 상황에 대해서도 현장에서의 끈질긴 관찰을 통해 긍정적 이탈을 발견하고, 긍정적 이탈 현상의 본질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문제가 만연한 당사자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문제해결을 주도해 갈 수 있도록 경험시킨다는 것이다.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개인도 스스로의 습관과 관행에 종속되는데 하물며 집단의 경우 관습과 관행을 깨기는 힘들다. 따라서 해결이 필요한 문제 상황을 맞딱드리면 먼저 그 상황, 조직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기준이나 관행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이과정에서 일반적인 조사분석의 경우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 제리 스터닌은 긍정적 이탈을 발견하기 위해 ‘찢어지게 가난한’가정에서 태어나 영양상태가 양호한 아이의 사례를 찾았지만, 설문조사에서는 긍정적 이탈의 핵심이 될 만한 단서가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나타났다. 즉, 손을 자주 씻는 행위는 매우 중요한데 설문조사에서는 실제 자녀에게 손을 자주 씻겼던 부모도 하루 1회 정도만 손을 씻겼다고 자신의 행위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제리는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포커스 그룹모임을 열어 실제 이뤄지는 행위를 관찰하게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발견될 수 있는 차이점에 주목하게 된다.

 

표준적인 행위를 벗어난 긍정적 이탈행위를 관찰한 뒤에는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파해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 긍정적 이탈의 중요성은 단지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문제해결을 이뤄내는 데 까지 나아가는데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긍정적 이탈 행위를 경험하고, 하나의 새로운 습관, 표준적 기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인상깊었던 것은 긍정적 이탈행위를 교육하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에게 ‘일일 기부’의무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매일 모든 엄마나 양육자에게 새우나 게, 고구마 싹 한 움쿰씩을 입장료로 받은 것이다.(새우,게, 고구마 싹이 영양실조를 걸리지 않게 한 긍정적 이탈 요소) 매달 2주동안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는 아침 일찍 논으로 나가 발을 흙바닥에 담그고 새우와 게를 잡아야 했다. 생각으로 행동을 바꾸는 것보다 행동으로 생각을 바꾸게 한 것이다. 그렇게 실천하는 과정이 곧 학습이 되어, 교육에 참여한 600명의 아이들 중 40%가 넘는 아이들이 완전히 영양실조에 벗어났고, 또다른 20%의 아이는 상당히 호전됐다. 이후 이러한 파급효과는 프로그램을 수행한 14개 마을에 리빙대학교가 세워지는 등으로 확산되어 나갔다.

 

또한 긍정적 이탈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연성이다. 어떤 모형이 성공을 거뒀다고, 이를 그대로 따라간 시도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다른 누군가의 사례를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로 인식되고 문화적으로 생리가 맞아야 한다. 긍정적 이탈을 발견해 내는 것은 전문가의 철저한 현장조사와 체계적 분석이지만 그것을 실천해 내는 것은 주체적인 당사자들의 참여의지와 행동에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다.



3. 제 3장: 이집트의 여성 할례: 전통과 변화의 조화

제3장은 이집트의 전통 관습인 여성 할례를 근절했던 캠페인을 소개하고 있다. 한 국가의 전통에 대한 접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타자의 관점으로 상대의 관습을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다분히 제국주의적 발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집트 할례의 경우 잘못된 성관념에서 비롯된 여성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수반하는 관습이라는 점에서 인류 보편가치에 비추어 보더라도 사회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이 존재했던 것이다. 목적의 정당성은 차치하고 이처럼 민감한 주제에 긍정적 이탈을 적용할 수 있는가의 의문으로 글은 시작한다. 이 캠페인을 시작한 모니크 역시 ‘일탈’행동의 ‘긍정적’측면은 어디까지나 바깥에서 지켜보는 사람의 시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영양실조 사례는 그 자체가 생존과 건강과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에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모두가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할례의 경우 그들 대부분은 올바르다고 믿고 오랜 기간을 시행해 왔기 때문에 본질적인 인식의 변화를 수반해야 한다.

 

일단 모니크는 할례를 받지 않는 3퍼센트에 주목하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들은 ‘왜’전통관습에 저항한 것일까? 공동체의 관습을 거부한 극소수자들에게서 그 이유를 단번에 속시원히 얻어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끊임없는 신뢰의 형성과정을 통해 모니크는 그들의 의견을 듣기 시작한다. 또한 이 과정은 개인의 문제를 공동체의 문제로 집적시키면서 개인이 지닐 수 있는 불안감과 공포감을 해소하고, 나와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들로부터 위로와 용기, 응원을 받아가며 일종의 스노우볼링이 이뤄지게 된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큰 규모의 공동체가 참여하게 되면 주인의식이 생기고, 무엇보다 통제의식이 생겨서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할례에 대해 터부시하던 사람들이 점차 적극적인 주체로 성장하면서 이 캠페인은 사회를 바꿔놓기에 이른다. 이때 모니크는 전문가로서의 딜레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문가가 미처 생각하거나 상상하지 못한 아이디어와 행동을 다른 사람이 내놓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과 내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마인드를 버리고, 그저 보통의 사람들이 용기를 가지고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행렬에 참여한다는데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할때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문제의 해결이 필요한 당사자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문제 해결의 지속성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이 ‘이건 절대 변하지 않을거야’라거나 ‘어쩔수 없는 일이야’라고 체념하는 상황이라도 긍정적 이탈자는 남다르다. 해결책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으로 우리의 목적은 포용을 통해 달성됨을 다시한번 상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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