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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 -1

by 보통의 작가 2021. 3. 19.

들어가며,

 

처음 책을 접할 당시엔 비슷한 여러 사례들의 공통점을 모아 일련의 패턴을 구축하는 일반적인 ‘사례연구’를 떠올렸으나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케이스스터디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연구 환경의 특수성과 ‘있을 수 없는 일’에 대한 맥락(context)을 고려한 철두철미한 분석의 과정과 결과에 감탄하면서 하나하나의 케이스들을 읽어 내려가게 되었다. 현상에 대한 인과관계를 도출하는 색다른 방법을 사례별로 접하면서, 학문적 영역을 떠나 일상생활에서도 특별한 사례로 치부하며 넘어갔던 일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일정한 영감을 얻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어갈수록 각각의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한 케이스 연구의 과정과 결과 및 연구자의 목적이나 연구과정에서 태도 등 영감(insight)을 최대한 얻어내고자 노력했다. 목차 역시 책의 목차와 동일한 순서로 진행하였다. 마지막 장에서는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라는 책 제목과 같이 ‘왜’ 케이스 스터디가 필요한지에대한 나름의 개인적 고찰을 담고자 노력했다. 사회과학은 자연과학과 같이 완벽히 통제된 실험환경에서 원인과 결과를 분석할 수 없다는 태생적 한계를 넘어 오히려 해당 사건이 발생한 환경과 맥락을 고려한 보다 특별한 새로운 이론들(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제 1장: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

 

케이스(CASE)란 ‘특정한 역사적 개체나 집단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는 맥락(상황)을 중시하는 특징을 지닌다. 이때 맥락이란 특정 현상을 둘러싼 상황을 말한다. 즉, 케이스 스터디는 특정 현상을 맥락과 함께 이해하는 것이다. 케이스 스터디의 좀 더 명확한 이해는 통계학적 연구와의 비교에서 두드러진다. 통계는 곧 숫자로 드러난 현상의 관계에 초점을 맞춤으로서 맥락은 뒤로 숨는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숫자로 나타내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하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스터디 케이스의 유용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 과정의 대부분은 이미 축적된 과거의 사례 혹은 일반적 법칙으로 받아들여지는 경계 안에서 이뤄지지만 예측하지 못한 현상이 발생하여, 경로의존적 추론이 더 이상 무의미하거나 불가능해질 때 해당 현상의 맥락을 파악하는 케이스 스터디가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케이스 스터디는 해당 현상에 참여한 사람들의 심경 변화나 태도 등을 관찰하는 동시에 그 현상에 발생하게 된 독특한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인과 메카니즘을 밝혀준다. 요컨대 케이스 스터디는 기존의 축적된 일반적 이론이나 통계적 수치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접근하는 좋은 방법이 되는 것이다. 책은 지구의 종말을 예견하는 사이비 종교의 예측이 틀렸을 때 나타나는 일부 신도들의 광적인 맹신 현상에 대한 케이스를 예로 들고 있다. 케이스 스터디는 예언이 옳다고 믿고 쏟은 그들의 물심양면 적 에너지에 대한 박탈감을 회피하기 위해 오히려 자신의 인식을 비틀어 마음의 조화를 지키고자 하는 인지부조화 현상이 왜 나타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있을 수 없는 현상 (틀린것으로 판명되었으나 그 믿음의 정도가 오히려 강해지는 현상)을 블랙스완이라 부르고 이러한 특이현상의 원인을 규명하는데는 케이스 스터디가 매우 유용함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통계조사는 그 조사 결과가 지닌 객관적 명증성을 넘어 두 변수간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적하며, 케이스 스터디가 지닌 인과관계 분석의 유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마시멜로 실험과 15년 후의 SAT점수의 긍정적 상호관계를 통계적 분석이 명확하게 보여준다면, 케이스 스터디는 그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두 개의 마시멜로를 먹기 위해 자기 통제력을 보인 어린이들이 학습에 대한 끈기와 노력에 대해서도 보다 뛰어나 SAT성적에서 더 높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는 인과관계를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밝혀낼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즉, 인과 메카니즘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는 과정을 추적해야 하는데, 자기 통제력이 어떤 요인과 맞물려 습관에 영향을 미쳤고, 그 결과가 SAT점수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연쇄적인 과정을 밝히는데 케이스 스터디가 탁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시를 통해 제1장은 케이스 스터디의 유용성을 ➀인간의 지성을 활성화 하는 힘을 키운다 ➁복잡한 현상에 대응하는 힘을 키운다 ➂유추법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힘을 키운다로 정리하여, 현상을 둘러싼 과거의 해석과 현재의 대응 미래의 예측이 유용하게 이뤄짐을 정리하고 있다.

2. 제2장: 블랙스완을 발견하는 힘

 

제 2장은 단 하나의 사례에서 가치를 발견해가는 과정을 실제사례를 들어 소개하고 있다. 단 하나의 사례에서도 다양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 특별한 사례와 일반적 사례는 상대적 개념이다. 처음에는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겨지지만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뒤에는 보통의 일이 되는 수없는 경험을 우리는 겪어오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이 마냥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모른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기 때문에, 선진사례를 만들어 내고 그것의 의미를 캐치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존의 통설에서 벗어난 일탈 그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경향을 지니는 것은 어쩌면 본능에 의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혹은 그것이 과연 기존의 패턴을 뒤 엎는 일탈인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할 수 있다. 즉,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기존의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지식,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으면서도, 그 틀을 넘어설 수 있는 결단과 의지까지 포함하는 실로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예를 제2장은 플로먼 연구팀의 성과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마을 부유층의 지원으로 유지되어온 어느 선교교회의 사례가 그것이다. 상류층을 위한 교회는 점차 마을 중심부 치안이 나빠지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이 교회는 기존의 부유층 중심의 교회운영 모토를 변경하여 노숙자도 인격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새로운 인식을 바탕으로 기존의 무료급식과 본질적으로 다른 서비스를 계획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작은 변화는 수천 명의 노숙자에게 2만인분의 식사를 제공하는 노숙자 지원 센터의 건립 및 법률자문, 직업훈련 등을 지원하는 폭발적 변화로 이어지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의 부정적 측면도 존재했지만 긍정과 부정의 측면을 따지기 이전에 선교교회는 스스로의 사명을 근본부터 재고하게 되었고,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탈바꿈 한것은 분명하다. 연구팀은 이러한 사례를 분석하면서 우선 작은 변화가 일어나면 그 변화를 증폭시키는 메카니즘이 작동하여 서서히 급진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러한 케이스 스터디의 핵심은 그 변화가 일어난 상황, 맥락이다. 최초의 변화가 일어난 맥락을 짚어보면 애초에 교회를 둘러싼 장기화된 쇠락인 불안정한 환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창발적 현상이 일어나거나 작은 변화가 큰 변화로 이어지기 쉬운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불안정한 맥락에서는 작은 변화가 다른 작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연쇄반응을 통해 그 변화를 증폭시키게 되는 것이다.

 

이 선교교회의 사례를 특수한 경우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즉, 똑같은 일이 가능한가, 불가능한가라는 시각으로만 본 사례를 판단해버린다면 훌륭한 사례를 접하고도 깊은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향후에도 동일하게 가능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러한 예외에서 가치를 발견하려는 자세인 것이다. 일탈사례의 특별함이 실현되는 맥락과 그 과정에서 어떤 리더십, 노력이 있었는지의 영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한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역량이 필요하다.

먼저, 일탈사례를 알아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일탈을 알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통설, 해당분야의 상식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산토리 기업의 경우 스포츠 음료에 대한 실제 수요가 운동과는 관계없이 술집, 가정, 직장 등지에서 나타나는 일탈적 현상을 보고 체내 노폐물 배출이라는 새로운 수요를 발견하고 신체 밸런스 음료 다카라를 개발하게 된다. 기존의 스포츠음료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상식이 있어야만 일탈사례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둘째, 발견의 가치를 드높이는 분석력이다. 산토리 기업의 경우에도 스포츠음료의 수요가 운동 외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문제의식을 가졌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통상의 관념에만 매몰되어 새로운 현상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하거나 문제의식을 지니지 못한다면 일탈을 발견하더라도 혁신적 변화로 이어지지 못함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조직변화, 구조, 정체성, 커뮤니케이션 등 활용의 분야가 사실상 제한이 없다는 점도 블랙스완을 발견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가치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다.

3. 작은 사례로 논리를 검증하는 힘

 

제3장은 케이스스터디가 자연실험과 같은 유형으로 자리매김했음을 길버트 연구사례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케이스 스터디로 이끌어낸 원인과 결과의 타당성은 통계학 이론이 아닌 실험 이론으로 뒷받침된다. 표본의 수를 늘려 타당성을 확인하는 통계학과 달리 케이스 스터디는 상황을 제어해 가며, 예상한 결과가 도출되었는지를 보고 타당성을 확인한다. , 수보다 논리가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실험 횟수가 적어도 진리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예외적이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발생하는 메카니즘을 밝히는데 적합한 방법이다.

 

구체적으로 업계의 존재 방식을 변화시키는 비연속적 변화 앞에서 왜 수많은 조직이 혁신에 실패하는가를 연구했던 길버트의 연구사례를 소개하면서 케이스스터디가 가진 힘을 소개하고 있다. 90년대 인터넷에 기반한 신문의 디지털화 바람이 불게된다. 이는 기존의 신문사들에게는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조직의 관성이 존재한다고 했을때 처음의 변혁이 시발점은 위기로 인식되는 경향이 보편적이다. 길버트의 연구사례가 된 신문사 역시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디지털화를 위기로 인식한다. 이에 길버트는 총 3가지 가설을 제시하여 케이스 스터디를 진행한다.

 

먼저, 위기가 닥치면 경영자는 자원 배분과 관련된 관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길버트는 조사대상이 된 신문사를 대상으로 인터뷰와 사내 데이터를 조사해 본 결과 디지털화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실재했으며 온라인화를 위기로 받아들인 7개의 신문사 모두 조직적으로나 재무적으로 온라인 사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 결과를 떠나 자원의 경직화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촉진됨을 확인한 것이다.

 

두 번째 가설은 위기를 감지하면 권한 이양이나 적극적인 실험을 회피하므로 조직 운영이 경직화 된다는 것이다. 조직이 처한 상황의 위기를 인지하면 기존의 수익구조에 대한 위기감이 가장 먼저 들 것이다. 6개의 신문사에서 현장의 사업부문에서 본사로 의사결정 권한이 옮겨지며 본사가 대부분의 기업 전략을 제어하게 되었다. 원래 현장 자율성이 높았던 신문사조차 조직이 경직화가 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수익관리와 같은 조직운영 부분에서는 이 가설과 같이 절차의 경직화가 나타남이 일반적이었다. 즉, 충분히 새로운 수익원을 시험해 볼 기회가 있었지만 기존 판매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오히려 강화해 새로운 실험의 가능성을 가로막은 것이다. 지금까지 실적을 떠받쳐온 수익 획득 방식을 고수하려는 경향은 위기 시에 오히려 더 강해질 수 있음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나머지 세 번째 가설은 단속적 변화에 대처할 방법을 결정할 때 외부의 영향이 있으면 모회사와는 별도의 새로운 벤처를 조직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실제 외부 조언이 있는 경우 온라인 매체는 독립된 조직으로 운영되었다. 실리콘밸리에 몸담고 있는 친구나 조언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온 최고 경영자는 전략을 세울 때마다 외부에 의견을 구했고, 새로운 임원을 영입해 독자적으로 사업 계획을 세운 기업의 경우에는 100퍼센트 자회사이면서도 신문사에 독립한 조직을 만들어 위기를 극복하려 했다. 이렇게 하다보면, 인터넷 신문사는 모회사 신문과 50%이상 다른 콘텐츠를 담으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확립되어 간다는 것이다.

 

세 가지 가설에 대한 반복실험을 통한 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반적인 경우와 다른 경향을 보인 두 곳의 신문사 중 하나는 신문의 디지털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인식했다는 점, 또 다른 한곳은 처음부터 조직에 독립성을 부여하여 기존 조직의 관성화를 완화할 수 있었음을 도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자연실험의 관점으로 사례를 선정한 길버트의 케이스 스터디는 다른 방법으로는 발견하기 힘든 현상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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