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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달생존기

(김수달 생존기) 2화

by 보통의 작가 2021. 7. 19.
김수달 생존기 2화

보고서를 쓴다는 건 누군가로부터 지시를 받았단 소리다. 당연하게도 김수달은 보고를 지시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숱하게 보고서를 써왔단 소리다. 지금보단 생기있었을 수습 시절 김수달은 열정적인 녀석이었다. 당시 과장님께 드렸던 첫 보고를 잊지 못한다. 딴엔 "이 업무는 지금부터 내가 캐리한다"였지만, 돌아온 건 탈탈털린 멘탈이었다.

그때 그 과장님께서 기억에 남을 두가지 말씀을 주셨는데, 그 중 하나가 보고서에 들어갈 한단어 한단어 모두에 대해 작성자는 왜 그 단어를 썼는지 완벽하게 답할 수 있어야 된다고 하셨다. 두단계 세단계 추가 질문이 들어와도 막힘 없이 답할 수있도록 준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양(quantity)만이 질(quality)을 담보할 수 있다는 학부시절 교수님 말씀처럼 100장의 내용이 머리속에 있어야 자신있는 1장 보고서가 나올 수 있다는 말씀이 아니었을까.

심히 걱정되는 건 5년이 지난 지금도 자신있게 쓴 보고서는 손에 꼽는다.  무식해서 용감했던 그때는 막 써내려 갔었는데, 지금은 워딩 민감도는 높아져서 자기검열이 심해졌다. 보통 좋은 보고서는 중학생 조카가 읽어도 이해가 된다는데, 그런 보고서를 본적 없는것 같다. 내가 중학생 정도의 이해력도 안되거나, 좋은 보고서를 찾지 못했거나 둘 중 하나겠다. 전자에 해당될 것만 같아 불안하다.

다만 까여보고 머리도 쥐 뜯어보면서 깨달은 것이라면 보고서는 작성자인 내가 보기좋으라고 작성하는 서브노트가 아니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볼 글을 쓴다는 것이다. 내가 쓴걸 나도 이해 못하는데, 남이 어떻게 이해할까... 참어려운 일이다. 특히 그 상대는 너무 많은 일에 대한 판단을 내리실 윗분이 부담없을 분량으로 알기 쉬운 표현으로 "그래서 어쩌란 말이야"란 말이 안나오게 명료하게 써야 되는 글이란 것이다.

다행인건 윗분도 김수달에게 큰 기대를 안할 것이다. ^_____^; 그래도 김수달은 상사가 필요로 하는 내용을 쉽게 써보려고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마음가짐 하나만으로도 기특할 지경이다. 김수달의 모토는 "아 이거 나도 이렇게 쓸 수 있지"라고 만만하게 볼 보고서를 쓰는 것이다. 직접 써보면 녹록치 않을 꺼란 복수(?)를 품고 말이다.







성장의 각도가 1도만 되도 성장은 하고 있는거라 생각하면서,
누군가가 김수달의 보고서를 보면서 "오우 깔끔하게 잘 썼다"를 느낄 수 있도록 오늘도 판타지를 꿈꾸는 김수달이다.

인스타에 연재중
https://www.instagram.com/sudarl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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