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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보고서의 표정

입체적인 보고서 쓰기

by 보통의 작가 2021. 4. 10.

보고서 작성법, 기획 강의를 꽤나 봤다. 지금도 기회 될 때마다 관련 팁들을 정리하려고 노력중이다. 강의는 좋았지만 이론과 실제는 다른법이다. 고민할 시간 없이 당장 제출해야 되는 보고서를 쓸때는 논리고 뭐고 없다. 허겁지겁 비슷한 사안을 다룬 자료를 참고해 짜깁기 할 뿐이다. 그런 실전에서도 써먹을 만한 부분이 있다. 가설사고와 MECE다. 오늘은 MECE에 대해서 설명하려 한다. MECE적인 방식으로 보고서의 틀을 짜면 동일한 내용을 다루더라도 글이나 보고서가 입체적으로 보인다. 

 

사실 표현만 몰랐을 뿐 완전히 동일한 방식으로 논술시험을 치르거나 보고서를 써왔다. 논술과외를 할 적엔 '범주화' 또는 '덩어리 짓기'라는 이름을 붙여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논리가 뚜렷하게 드러나면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논리라는 것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서 내가 짠 논리를 친절하게 보여주는 형식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한눈에 쉽고 명확하게 보여지게 만들어야 한다.

 

MECE란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 Exhaustive의 두문글자로서 '상호 배타적이면서 총합으로는 전체를 이루는 요소의 집합' 이란 뜻이다. 어떤 것이 상호중복이 없고 누락이 없다는 뜻이다. 보고서에 적용시켜 보면 다음과 같다.

 

대중음악을 분석하려고 한다. 재즈, 팝, 락, 힙합을 나열해 전달하는 것보다는 나열될 내용들을 묶을 수 있는 덩어리를 먼저 제시하고 그에 대해 글을 써나가는게 좋다. 가령 90년 이전과 이후로 분류하던가, 한국음악과 외국음악을 나눈다던가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렇게 나눈 틀(frame)이 음악이란 주제를 모두 포괄(cover)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90년 이전음악과 2000년 이후 음악으로 틀을 짜면 90년~2000년 사이의 음악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게 되면서 글의 설득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쉽게 말해 덩어리를 만들 때 서로 겹치지도 않고, 빈틈이 생기지도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음악을 시간의 순서로 늘어놨을때 90년 이전과 90년 이후라는 목차에는 빈틈이 없다.

하지만 90년 이전과 2000년 이후라는 틀에는 90년~2000년 이라는 빈틈이 생긴다.

 

더 현실적인 예를 들어본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취미강연을 준비했는데, 상반기 주민참여율이 굉장히 저조함에 따라 하반기 개선방안을 검토하려 한다. 문제점을 꼽아보니 다음과 같았다.

 

  1. 오후 2시부터 강좌가 시작됨에 따라 직장인 대부분은 참여하기 힘듬

  2. 온라인 신청이 불가하여 참여의 접근성이 떨어짐

  3. 강좌가 진행되는 장소인 주민센터가 도시 외곽에 위치해 교통편이 불편

  4. 몇년째 커리큘럼의 변화 없이 같은 강좌를 실시중

  5. 악기, 테니스 강좌 등 고가의 도구를 활용해야 하는 강좌 비중이 높음

  6. 수준에 상관없이 단일강좌로 개설

 

개선방안을 문제점 하나하나 제시할 수도 있지만 서로 연결된 문제점을 덩어리로 묶는 작업을 하면 더 효율적으로 개선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강좌 자체의 문제'와 '강좌 외부의 문제'가 떠오른다. 덩어리로 각각의 문제를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다.

강좌 외부의 문제

1. 오후 2시부터 강좌가 시작됨에 따라 직장인 대부분은 참여하기 힘듬
2. 온라인 신청이 불가하여 참여의 접근성이 떨어짐
3. 강좌가 진행되는 장소인 주민센터가 도시 외곽에 위치해 교통편이 불편

강좌 자체의 문제(콘텐츠의 문제)

4. 몇년째 커리큘럼의 변화 없이 같은 강좌를 실시중
5. 악기, 테니스 강좌 등 고가의 도구를 활용해야 하는 강좌 비중이 높음
6. 수준에 상관없이 단일강좌로 개설

 

강좌라는 분석대상의 내부-외부에서 문제를 찾는 MECE적 틀을 제시함으로써 단순히 문제점을 나열하는 것보다 한 층위 더 깊게 분석하는 효과를 준다. 보고서가 입체적이 되는 것이다. 

Not MECE MECE
1. 검토배경
2. 문제점
    1) 
    2)
    3)
    4)
    5)
    6)
3. 개선방안
    1) 
    2)
    3) 
1. 검토배경
2. 문제점
    1) 강좌 자체의 문제
         (1)

         (2)
         (3)
    2) 강좌 외부의 문제
         (1)
         (2)
         (3)
3. 개선방안
    1) 강좌 콘텐츠 개선
    2) 강좌 제공방식 개선

MECE적인 사고는 사고의 속도를 높이거나 확장을 가능하게도 한다. 예시에서는 나열된 문제점을 묶는 용도로만 MECE적 틀을 활용했다. 하지만 강좌 내부-외부라는 틀을 짜 놓고 보면 추가의 문제점을 더 생각하게도 만든다. 더 큰 시야를 제시해줌으로써 더 많은 나무를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열거만 되어 있을때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문제들과 해결방법들을 찾아낼 수도 있다. 

 

MECE를 활용한 기획을 통해 새로운 사업아이템을 출시한 맥도날드 사례를 소개한다.

맥도날드.. 햄버거 먹고싶다..

맥도날드는 2006년 맥모닝 출시했다. 맥도날드는 맥모닝 출시 전까지는 그들의 고객을 점심이나 저녁 대용으로 햄버거를 먹는 것으로만 여겨왔다. 하지만 우리가 아침/점심/저녁으로 분류해 밥을 먹는 것에 착안하여 시장의 분류를 아침/점심/저녁으로 분류해 새로운 아이템을 모색해 보았고, 아침시장의 새로운 고객을 잡기 위해 맥모닝 출시하게 된 것이다. 

맥모닝은 개인취향은 아님

다만 MECE적인 사고를 맹신해서는 안된다. 틀이 곧 다른 발상을 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사를 아침/점심/저녁으로만 구분하면 '아침+점심 = 브런치' 라는 새로운 식사 메뉴를 도출하기는 힘들다. MECE에 너무 몰입하면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잃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어떤 글을 써야 하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를때 MECE에서 시작하는 게 큰 도움이 될 때가 많다.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도무지 가닥이 잡히지 않을때 그 상위의 범주로 중심을 잡아 보는 것이다. 전체적인 큰 틀을 가시화 하면 내가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하는지까지 잘 드러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까 예로 든 취미강좌 개선방안에 대해 분석하고자 할 때 열거조차 못할 정도로 막막하다면 덩어리를 먼저 지어보는 것이다. 공급자 측면과 수요자 측면에서 문제점을 바라보면 공급자 차원에서는 온라인으로만 수강신청을 받도록 해놓았다는 것, 강좌가 이뤄지는 장소를 접근성이 좋지 않은 주민센터로 해놨다는 것을 떠올릴수 있고, 수요자 차원에서는 강좌를 신청하는 사람들의 수준에 관계없이 단일한 강좌로만 구성했다는 점 등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틀을 먼저 제시하여 그 아랫단의 생각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또하나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이라는 틀도 나쁘지 않다. 양적인 측면에서는 제공되는 강좌의 수가 너무 적다는 것, 질적인 측면에서는 매년 동일한 강좌가 개설되어 한번 수강한 주민은 다시 수강할 유인이 없다는 것 정도의 문제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외에도 많이 쓰이는 MECE의 틀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과거/현재/미래,  질/양, 밖/안, 객관/주관, 단기/중기/장기, 개인/집단, 거시/미시 등 동전의 앞과 뒤처럼 제 3의 영역이 없는, 사안을 빈틈없이 파악하게 해준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내가 필요한 순간에 MECE적인 틀을 구상하는 대강의 방법도 소개해본다.

 

첫째, 누군가가 이미 만들어 놓은 틀을 이용하는 것이다. 학문적인 이론이 대표적이다. 정책 결정을 효율성-형평성 관점에서 검토하는 것, 신규사업을 고객-경쟁사-회사로 분석하는 것 등이다.

둘째, 상호 반대되는 개념을 활용한다. 내부-외부, 남자-여자, 질적 측면-양적 측면, 장점-단점, 거시적 관점-미시적 관점,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등이다. 가장 일반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셋째, 시간이나 순서를 덩어리 지어본다. 과거-현재-미래, 계획-실행-평가(plan-do-see) 등이다.

 

범주화로 글이나 보고서를 입체화 하면 쓰는 사람 뿐만 아니라 해당 글을 읽는 사람에게도 도움을 준다. 글의 입체적 체계도 갖춰질 뿐만 아니라 글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가독성이 높아진다. 어떤 구조화도 없이 나열된 글을 읽는 느낌은 지도 없이 길을 찾아다니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이런 틀을 '목차'라는 이름으로 많이 접해 왔다.  상대방이 내 논리를 이해하기 쉽도록 큰 덩어리를 어떻게 구성하게 됐는지 부터 차근차근 써내려 가는 수요자 중심의 접근이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에게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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