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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볼만한 글

(서평) 공간이 만든 공간 - 유현준

by 보통의 작가 2021. 3. 27.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전임자가 만들어놨거나 또는 조직에 이미 자리 잡은 프로세스를 그저 따랐다. 그것마저도 버거웠고 그게 가장 바람직하다고도 여겼다. 새로운 생각을 할 틈도 없었고 새로운 생각을 담아서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몇 년이 흐르고 이리저리 굴러보며 업무에 익숙해질 때쯤 새로운 것들을 담고 싶어 졌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생각'을 담고 싶었다. 굉장히 쉽지 않은 일이다. 새로운 것을 던져볼 때마다 크고 작은 장벽들이 산재하다. 그때마다 뭔가 잘못하고 있단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을 지울 만큼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다행히 문제없이 진행돼 마무리됐다 하더라도 그건 '내'가 했던 일이지 조직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생각을 하고 싶고, 새로운 것들을 해내고만 싶다. 출근 아침 자리에 앉을때마다 새롭고 싶다는 갈망과 동시에 뭔가 잘못을 저지르는 것만 같은 생각이 함께 들었다.

 

그즈음 건축학자가 건축으로 세상을 읽는 방식에 매료됐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을 읽고 이거다 싶었다. 무식한 내 사고방식은 건축가는 건축물을 만드는 역할에만 머문다고 생각해 왔던 것 같다. 건축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엮어내는 글들이 매력적인 책이다. 공간이 만든 공간을 읽고 나서 책장에 있던 이 책을 꺼냈다.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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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만든 공간: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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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만든 공간이라는 신간이 더욱 반가웠던 이유다. 이 책의 부제는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다. 마치 '니 갈증을 풀어줄 수 있을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걸'이라고 말을 건내는 듯 했다. 읽는 내내 내가 하는 일 그 자체에만 매몰되지 않고 세상을 읽어낼 수 있는 시야를 가져보겠다는 의지를 줬다. 

 

 

건축물이 그 시대를 대변한다는 대전제에서 시작한 사고는 매력적인 스토리로 독자를 이끈다.

 

빙하기 이후의 건조해진 기후가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강가로 몰려들게 만들었고, 그 덕에 높아진 인구밀도를 감당하기 위해 좁은 공간에서도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농업이 시작됐다는 이야기,

 

동서양 기후가 달라 재배작물이 달라졌고, 달라진 작물 재배방식이 가치관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

 

기후에 따라 동양은 기둥 중심의 건축을 하고 서양은 벽 중심의 건축이 주를 이뤘으며 이는 동서양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를 반영하거나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 까지... 지금껏 무턱대고 받아들인 역사들이 건축물을 구심점으로 짜임새 있게 연결되는 장관을 접하게 됐다. 

제3장 농업이 만든 두개의 세계 - 요약발췌
1년 강수량이 1000mm 이상이면 벼를 재배하고 1000mm 이하면 밀을 재배하는 것이 적절하다.(벼 재배는 물이 많이 필요하고, 밀 재배는 물이 많이 필요 하지 않다는 말)
벼농사는 치수를 위한 토목공사(보 등)가 중요했다. 자연스럽게 물을 힘을 합쳐 공동으로 사용해야 했으므로 공동체 의식과 집단의식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반면 밀농사는 물이 크게 필요하지 않으므로 관개수로를 만들 필요도 없었다. 벼농사와 달리 협력 필요성도 적어 모여서 살 필요도 적었고, 개인주의 성향을 가져오게 됐다. 
...
동양은 서양에 비해 비가 많이 내리므로 방수 역할을 해 줄 지붕이 중요한 건축요소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지붕의 기울기가 (내리는 물이 지붕을 타고 땅으로 잘 흘러가도록) 급하고, 앞에서 바라보면 지붕이 건물 입면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아울러 기둥 중심으로 건축을 하다 보니 지붕을 받치기 위한 벽은 필요가 없어지면서 건축물 전반에 개방감을 가지게 됐다. 당시 유리가 개발되기 전에도 종이로 창문을 크고 가볍게 만들면서 내외부 경계가 모호한 공간감이 발달하게 되었다. 이런 개방감은 안에서 밖이 어떻게 보이는가가 건축의 중요한 요인이 되면서 풍수지리를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주변이 잘 보이기 때문에 건축에서 주변 상황 및 요소와의 관계가 중요)

많은 노동력이 투입된 결과물은 노동력을 투입할 만한 물질적 정신적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나 체제를 전제한다. 대형 건축물을 통해 그 건축물이 지어진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는 논리가 너무 와닿았다. 앞으로 건축물이 아니더라도 내 삶의 영역에서 마주하는 많은 것들을 바라볼 때 새로운 렌즈를 얻는 느낌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이 담긴 보고서를 볼 때도 다른 방향의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업병일 수도 있겠지만 내 영역 안에서도 이 책이 주는 사고방식을 흉내 내고 싶다. 

 

이 책은 크게 동서양의 기후차이에서 문화, 가치관, 건축방식의 차이까지 논리적으로 엮어낸다. 교통수단의 발달과 ICT의 발달로 동서양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채널이 증가됨에 따라 동서양의 공간이 닮아가는 양상도 흥미롭게 전해준다. 

제6장 동양의 공간을 닮아가는 서양의 공간 발췌
... 새로운 생각은 서로 다른 것이 만나 융합할 때 이루어진다. 보통 이런 생각들은 충돌하고 모순되어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모순이 새로운 생각으로 통합되면서 문화는 한 단계 발전한다...

그리고 건축이 단순히 기후나 기후로 인해 만들어진 가치관과 문화의 수동적인 산물이 아니라 문화와 시대상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너무 신선한 접근이라 가슴이 두근거릴 지경이다. 자신의 영역에서 세상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저자가 너무 부러웠다. 끊임없는 공부와 노력 경험이 어우러진 결과이지 않을까. 

제9장 가상 신대륙의 시대
... 과거 파리는 하수도 시스템을 도입하여 전염병에 강한 도시를 만들었다. 유럽 전역에 전염병이 돌 때에도 파리에 가면 살 수 있었기에 부자들이 파리에 모여들었고, 부자에게 그림을 팔기 위해서 화가가 모였고, 파리는 문화의 중심 도시가 되었다.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시스템을 만드는 자가 전 세계의 자본과 창의적인 두뇌를 흡수하는 것이다. 

공간이 만든 공간을 읽고 다시 예전에 읽었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꺼내 들었다. 다시 읽어보고 느끼고 싶다. 나도 나만의 영역에서 아웅다웅하지 말고, 세상을 볼 수 있는 렌즈를 가졌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충분한 영감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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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문화사]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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