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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보고서의 표정

'~관하여','~대하여'

by 보통의 작가 2020. 11. 28.

하루 동안 가장 많이 읽는 글이 보고서다 보니(보고서를 많이 본다기보다 다른 글을 거의 안 읽음 :D) 일상생활에도 보고서에나 씀직한 표현을 많이 쓴다. 온라인 쇼핑몰 문의글에 '사장님 제품 배송과 관련해서 궁금한게 있습니다"라 쓰는 식이다.

"~에 관하여", "~에 대하여"는 보고서에서 지양할 대표적 표현중 하나다.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한번에, 뚜렷이 드러내지 못하거나 불필요하게 문장이 길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생각없이 썼던 보고서를 다시 읽어보면 "관하여, 대하여"라는 표현이 많다. 아무 생각 없이 썼기 때문이다. 손은 뇌보다 빠르니까? 고민도 전에 "관하여"를 써버려 더 적절하게 썼어야 할 단어를 지나친 경우가 많다.

가급적이면 쓰지말아야 할 이유를 차근차근 살펴보고 , 어떻게 바꿔 사용하면 좋을지도 정리해보려고 한다.

네이버 사전을 검색하면 그 뜻이 다음과 같다.

'관하여'
1. 말하거나 생각하는 대상으로 하다.

'대하여'
1. 마주 향하여 있다.
2. 어떤 태도로 상대하다.
3. 대상이나 상대로 삼다.

두 단어 모두 해당단어 앞에 붙는 대상을 '받아주는' 역할을 한다. 받아준다는 표현은 추상적이니까 좀 더 쉽게 풀어써보면 이런식이다.

"A에 관하여 B, 바로 C" 라는 표현을 뜯어 보면,

최종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C다. '관하여, 대하여'는 A가 자신이 전달하려는 목적 C의 주어나 목적어가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정도의 역할을 한다.

수영장 물온도가 너무 낮다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데, '수영장에 관하여 할 말이 있습니다. 물온도가 낮네요' 또는 '수영장 물온도에 관하여 드릴 말이 있습니다. 너무 낮네요' 식으로 쓰여지게 된다는 점이다. '수영장 물온도가 낮아요' 라고 하면 되는데 말이다.

"관하여", "대하여"라는 표현때문에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C가 단박에 나오지 않게 된다.

"관하여", "대하여"는 "그 단어 앞에 붙은 단어가 앞으로 이야기될 겁니다." 정도의 안내멘트 느낌이랄까. 숨을 고르는 느낌이랄까. 준비하라는 느낌이랄까.. 핵심을 정확하고 빨리 전달해야 하는 보고서에 쓰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정말 많이 쓰고있다는 것.. 반성합니다...

몇가지 더 예를 들어본다.
"배송과 관련하여", "운영에 대하여", "회의에 관하여"라는 표현 뒤에는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이어질 것이다.

"배송과 관련하여 요청사항이 있습니다."
"운영에 대하여 협조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의에 관하여 특이사항이 있습니다." 정도가 될 것이다.

즉 관하여, 대하여가 들어간 문장 뒤에 요청사항, 협조사항, 특이사항을 다시 한 번 전달해야 하는 문장구조가 되는 것이다.

 

"배송과 관련하여 요청사항이 있습니다. 오배송된 거 같습니다."

"운영에 대하여 협조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홍보실은 보도를, 운영지원과는 회의실 대관을 부탁드립니다."

"회의에 관하여 특이사항이 있습니다. ㅇㅇㅇ부는 실장님이 대참 한다고 합니다"

 

글이나 말을 늘어지게 하는 "관하여, 대하여"를 쓰기보다는 핵심 내용을 빨리 던지는 표현을 쓰는 것이 좋다.

 

"ㅇㅇㅇ를 주문했는데 오배송되었습니다."

"홍보실의 보도 협조와 운영지원과의 회의실 대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ㅇㅇㅇ부는 실장님이 대참합니다"

 

실제 많은 보고서에 "관하여, 대하여"가 쓰이면서 문장은 길어지고 딱딱해진다.

나 스스로도 "관하여, 대하여"라는 딱딱한 문체를 구사해야만 "보고서답다"는 생각을 무의식 중에 했을 것이다. 괜한 예의를 차리는 느낌을 무의식중에 표현한 것일수도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태생이 글을 쓰는 사람을 위한 글이 아니라 글을 보는(to see) 사람을 위한 글이기 때문에 전하고자 할 말을 정확히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글쓴이 의도를 두 번에 걸쳐 아는 것보다 한 번에 아는 게 더 효율적이고, 정확하다.

 

다만 여러 가지 전달할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을 때 "관련"이라고 쓰는 표현은 적절하다. "ㅇㅇㅇ 관련 참고자료"에는 "ㅇㅇㅇ 경과" , "ㅇㅇㅇ주요 내용", "향후 대응방향" 등 과련 앞의 단어가 구심점이 된 내용들을 묶어서 칭하기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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